연로하신 내 아버지를 버리고 왔소.....


힘찬 발걸음으로 꼿꼿한 자태로 멋스럽게 중절모를 쓰시고
늘 반야월 자신이 지으시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사시던 한옥으로
지하철을 타고 한결같이 출근하시던 우리 아버지!
언제부턴가 지하철역까지 실어드리면 숨찬 목소리로
"가거라! 빨리 가거라! 내 간다~!" 하시며 손사래를 하시던 아버지
지하절로 내려가시던 뒷모습이 너무나 적막해 보였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땅과 함께 일하시는 농부로 살아오신 우리아버지!
삼남일녀를 낳으시고 모두 사회에서 제몫을 다하는 사람으로
교회에서 장로로, 장립집사로 세움을 받게 하셨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자녀로 믿음의 가정으로 세우신 우리 아버지 장로님!
5년전에 돌아가신 교회에 권사이셨던 어머님!과 57여년을 함께살아오셨던
반야월의 그 집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셔서 백구공주도 돌보시고 텃밭도 가꾸시고
어머님의 손때가 묻으신 온 집을 쓸며 딲으며 다니시던 아버님!

8월 23일 약 한달전에 파디마 병원에서 결핵성 늑막염으로 인해 폐에 물이 차는 병을
진단받으시고 4박5일을 입원하셨다가 약을 한보따리 안고 퇴원하셔서
열심히 약을 잡수시더니 지난 주 부터는 약잡수시는 것도 식사하시는 것도
매우 힘들어 하시며 거동이 불편해 하셨습니다.
결핵성 늑막염으로 인해 매우 수척하셔서 뼈만 앙상하게 남고 큰 눈이 더욱 크게 보이는
나날이 수척하게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셔서 약 잘 먹자고, 밥 많이 먹자고
애원하며 애소해도 고개만 저으시면서 "야야! 밥이 안넘어 간다! 못묵겠다!" 하시며
한사코 음식을 거부하시던 아버지!
때때로 신변처리가 마음대로 안되셔서 소변을 흘리셔서 그것이 미안하셨는지
휴지로 훔치시다가 아들에게 들키자 당혹해 하시며
"그렇게 됐뿟다! 헛참! 흘렀뿌네!~ 허 참!"하시며 미안해 하시던 아버지!
그런 소식을 들은 둘째가 김해에서 올라와 아버지를 목욕시켜 드리고
친구의 동생이 책임 의사로 있는 한 패밀리 노인전문병원에 모시고 가서 다시 진찰을 받게하고
영양주사도 맞게하고 기운을 돋구어 주니 그날은 매우 기분을 좋아하시며 명랑하셨던 아버지!
그 약기운은 하루가 지나니 사라지고 또다시 힘이 없고 약도 잘 못드시고 밥도 잘 안드셔서
아들과 딸들을 걱정케 하시던 아버지!
고명딸은 세상일이 뭐 그리 바쁜지 아버지의 안부를 잘 못 묻다가 
지난 지난 주일에는 급히 호출받고 사위와 외손자 손녀와 달려오고
잘 드시지 못하는 죽을 먹이다가 눈물만 흘리고...
늘 항상 아버지 곁에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아버지께 불려와 아버지곁에서 요모 조모 이야기하며
면도도 시켜드리고 밥도 많이 먹으라며 먹여드리고, 두고온 반야월 집안을 돌보도록 시키고
온갖 굳은 심부름를 다 하면서도 한번도 얼굴 찌뿌리지 않고 
지금까지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막내아들
지난주 9월 18일 에는 두 동생이 어머님 산소에 벌초를 하였는데
그렇게 어머님 산소에 가보시라고, 
 또 언젠가 자신이 가실 그 산소자리에 가보시라고 부탁하니
가보시려고 힘을 차리고 면도도 하셨고 
옷도 새로 차려입으시고 갈 시간을 기다리시던 아버지!
그러나 막상 산소에 가자고 모시러 온 막내에게
한사코 못가겠다고 도저히 못가겠다고 거절하심에
막내아들은 화가나서 말없이 가버리고... 아마도
아버님 흉중에는 너무나 큰 회한이 고였를 것입니다.
보고싶은 아내가 떠난 후 한번도 꿈에라도 한번 나타나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시던 아버님께서 혹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벌초자리에
왜 안 가시고 싶었을까?
막내를 거절하고 보내놓으시고 홀로 침대에 누워 눈물 지으셨을 아버님!
그날 저녁 벌초하고 돌아온 둘째아들의 생일잔치자리에
억지로 새 옷을 입으시고 아들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힘든 모습으로 생일잔치에 참석하셔서 억지로 조금의 음식을 잡수시고
힘들게 의자에 기대어 계셨던 아버지
손자 손녀들이 떠먹여 주는 음식을
마지못해 한 숫갈씩 먹으시면서도 힘들어 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내가 더 많이 간호해 드리지 못하고 노인전문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케 하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하고
오늘 아버님을 모시고 일전에 둘째의 손잡고 찾아간
[한 패밀리 노인전문병원]에 입원을 시켜드렸습니다.
8명이 한 병실에서 생활하는 그 병원은 시설이 매우 깨끗하고 서비스가 자상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늘 오후 입원을 준비하여
아버님을 막내와 함께 깨끗하게 양복을 입혀서 병실에 누이니
아버님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셨습니다.
조금은 불안하신듯 안절부절 못하셨습니다.
저녁식사로 죽을 서너 숫갈을 드시고 상을 물리실때
막내아들은 죽을 적게 먹는다고 또 짜증을 부렸습니다.
어둠이 찾아오고 저녁이 깊어갈때 동생과 나는 병실을 나섯습니다.
홀로 아버님을 병상에 버려두고 우리는 병실을 떠났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마고 약속했지만  문을 나서면서 힐끗 아버님을 쳐다보니
끝까지 눈으로 배웅하시던 아버님이 낙엽같은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나는 가을비 내리는 어둠을 나서면서 왠지 모를 가슴한켠이 서늘하고 엉키면서
눈물이 뜨는 것을 억지로 삼키며...

그렇게 나는 피골이 상접한 87세의 아버지를 유기하였습니다.
한평생 흙을 일구시던 억센 두 손이 이제는 뼈만 앙상한 미라의 손처럼 되신
그 갸날픈 손으로 빨리 가라고 아들을 향해 어서가라! 어서가라! 흔들어 주셨습니다!
지금 자정이 되어가는 이시간 우리 아버지는 그 낯선 곳에서 무엇하고 계실까? 
속으로 울고 계실까?
기도하고 계실까? 
주무시고 계실까?
쉬는 하셨는지?
큰일 보시지는 않았는지?
......
아버지...
아부지...

이 밤 이 아들의 가슴이 저립니다.
부디 치료잘 받으시고, 약잘 잡수시고, 밥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되셔서 한달 후에 통통한 손 흔드시며 환우들과 이별하고
어서 집으로 돌아오셔요. 어서.. 어서..
오시면 이제 짜증 부리지 않고, 큰소리로 고함치지 않고,
그저 예~ 예~ 하면서 아버님을 잘 모실께요.  참말로~
아버님 조금전까지 화내고 짜증부리고, 큰소리로 아버님께 함부로 행동한 것 아부지! 용서하세요....
하도 아부지가 매사에 고개를 저으시고 " ...하세요!" 하면 거부하시고,
말도 안들으시고 도리질을 하셔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을 아버지도 아시지요? 

급히 시간을 접고
이 적막한 시간을 보내고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후여~ 밀어내고
문득 건강한 아버지가 인자하신 얼굴로
오둥통한 손을 흔드시며 날 부르실 그 때
그날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으면....
아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어 낙조가 황홀했으면....

"수많은 날이 지~나 갔어도
내 마음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나 갔어도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아버지를 안고 노래하고 싶다!
아버지 손잡고 찬양하고 싶다!


    2009. 09. 22   00:16     
       큰아들  찌쩨로네.   
by 찌쩨로네 | 2009/09/22 00:32 | Reminiscence[悔 憶]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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